전기세, 가스비, 수돗세, 통신비…. 언제부터인지 가정에서는 각종 공과금을 ‘세금’이라고 부르고 있다. 아마 매달 꼬박꼬박 수십만원을 내는 게 마치 세금같다고 해서 붙여지지 않았을까.
 ‘가정맹어호(苛政猛於虎)’. ‘가혹한 세금은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’고 했는데, 이제 각종 공과금은 세금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되어 버렸다. 우리나라 가정에서 내는 전기, 가스, 수도 등에 내야하는 공과금은 외국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무서운 것일까.
 
 2007년 8월부터 2008년 7월까지 미국에서 연수생활을 할 때 생활비를 적어 둔 게 있어 지난달 나온 각종 공과금과 비교를 해 봤다.
 2008년 12월 한국에서 부과된 공과금은 전기세 5만730원, 도시가스 비용 2만2700원, 상하수도요금 35715원(11,12월 두달분 7만1430원). 총 10만9145원이다.

 2007년 12월 미국 단독주택에 살면서 낸 유틸리티 비용은 전기 45.77달러, 가스 125.45달러, 상하수도 105.99달러로 총 277.21달러였다. 전기 요금이 가스비보다 훨씬 비싼 점이 특징이다.
 뒤늦게 안 사실이지만, 가뭄으로 수도료가 크게 오른 상태에서 변기 마개가 고장난 걸 모르고 지낸 탓에 상하수도료가 비이상적으로 나왔다. 변기 수리 후 상하수도료가 대략 40~60달러가 나온 걸 반영하면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정상적인 유틸리티 비용은 210달러쯤 될 것 같다. 단독주택이라서 아파트 보다 좀 더 나왔다.

 케이블TV와 인터넷은 우리가 쓰는 지역케이블의 프리미엄 훼미리(최대 100Mbps, 45채널)가 월 3만3000원. 미국 타임워너케이블의 인터넷, 케이블 텔레비전(76채널) 결합상품이 월 68.54달러였다.

 2008년 12월 한국에서 공과금과 2007년 12월 미국에서 공과금을 단순비교하면 우리나라가 싼 것 같다. 2007년 당시 원달러 환율은 1달러에 1000원 안팎이었다.

 하지만 이렇게 단순비교해서는 안 된다. 어린이의 체력과 어른의 체력을 단순비교할 수 없듯 두 나라의 경제력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. 2006년 기준으로 국민 1인당 소득(GNI)이 미국 4만6040달러, 한국 1만9690달러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. 이를 감안하면 전기세나 도시가스비, 상하수도료, 케이블TV와 인터넷은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엇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.

 통신비용을 놓고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. 한국이 지나치게 높다.
 2008년 12월 통신비는 SK텔레콤 휴대전화 2대 8만4090원에 유선전화 1만9560원, 총 10만3650원이다. 그나마 휴대전화 무료 통화시간인 250분을 넘기지 않은 덕이다. 한달 250분 한도를 '방어'한다는 게 여간 어렵지 않다는 건 누구나 다 알 것이다.

 2007년 12월 미국에서는 버라이어존 휴대전화 2대를 월 69.99달러(세금까지 하면 80달러 가량)에 썼다. 평일에는 오전 6시부터 밤 9시까지만 요금이 매겨지는데 700분제라 기본요금을 넘길 일이 없다.
 게다가 오후 9시~익일 오전 6시, 휴일은 24시간 무료라 집에 유선전화를 따로 둘 필요가 없었다. 버러이어존 폰끼리 통화도 무료다. 월정 시간을 넘길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다.

 통신회사들이 억울하다고 할 수 있겠다. 전기, 가스, 상하수도는 한데 묶어 계산해 놓고 통신비만 쏙 빼서 미국과 비교해서 비싸 보이는 것 아니냐고. 그래서 따로 비교해 봤다.

 가스와 상하수도, 케이블과 인터넷 요금은 한국에서보다 미국에서 많이 나왔고, 전기료와 통신비는 한국에서 더 많이 나왔다. 통신비는 미국보다 훨씬 많이 나왔다.
 한국과 미국의 경제력 차이를 감안하면 우리 통신비가 미국 보다 두 배 이상 비싼 셈이다.
 SMS 요금을 갖고서도 그렇게 인색하던 통신회사들이 요금 인하에 더욱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. 한 시민단체도 올해 중점을 둘 사업으로 통신비 절감 운동을 꼽은만큼 지켜볼 일이다.
july1st@segye.com
Posted by 블러그세계